

스포트라이트
조혈모세포 기증으로
서로의 삶에 선물이 되다
한 생명을 살린 김정현 선임의
용기 있는 선택
2025. 05. 30
10년 전에 한 작은 약속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큰 힘이 되어 돌아온 그룹 가족이 있습니다. 바로 지난 4월, 혈액암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김정현 선임의 이야기인데요. 이번 호 동행에서는 “작은 용기가 생명 하나를 살릴 수 있다”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는 김정현 선임을 만나고 왔습니다.
안녕하세요,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라이프스타일팀에서
스포츠/패밀리를 담당하는
김정현 선임입니다.
올해 2월 초 출근길이었습니다. 버스에서 핸드폰을 보며 출근하고 있는데 ‘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’에서 메시지가 오더라고요. 제 유전자와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분이 계신다고요. 순간 ‘어? 뭐였더라’라는 생각이 들어서 빠르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봤어요. 그랬더니 10년 전인 2016년에 헌혈할 때가 떠올랐습니다. 그때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것이 있는데 유전자를 등록해 둘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.
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등록했었는데 10년 후에 정말로 제 유전자와 일치하는 분이 나타난 거예요. 조혈모세포는 형제자매와도 일치하기가 어렵다는데 이렇게 일치하는 분이 나타나다니, 놀라웠습니다. 그래서 잠깐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검색해 본 후 부모님께 “기증하고 싶다”고 먼저 말씀 드렸고, 기증하겠다고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에 메시지 답장을 했어요.
조혈모세포 기증도 장기 기증의 하나이기 때문에 아예 걱정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. 그래서 조금 찾아봤는데 실제로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분들의 후기를 보니 부작용 사례가 거의 없고, 정말 간단한 기증이라고 하더라고요. ‘이렇게 간단한 기증이라면 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면 사람 한 명을 살릴 수 있는 건데, 그럼 하는 게 맞다’는 생각이 들어서 진행했습니다.
‘3792번째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공여자’의 실제 기증 이야기
그렇게 저는 3792번째로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사람이 되었습니다. 조혈모세포 기증을 실제로 경험해 본 사람이 소개해 드리면 조금 더 많은 분이 용기를 내 참여하시지 않을까 해서, 전체 과정을 한 번 소개해 드릴게요.
우선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상세 유전자 검사를 한 번 더 합니다. 근처 내과에서 해도 되고,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경우 조혈모세포 기증 담당하시는 코디네이터분이 직접 근처로 오셔서 피를 채취해 가세요. 1~2주 후에 최종적으로 일치 여부가 나오고요. 일치하는 경우 근처 대학병원에서 정밀 건강검진을 합니다. 아주 작고 사소한 기생충이라고 하더라도 조혈모세포를 기증받는 수혜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받아보지 못했던 많은 종류의 혈액검사를 진행했습니다.
건강검진까지 통과하면 정말 본격적인 기증의 시작입니다. 총 3일을 입원하게 되는데, 입원 3일 전부터 하루에 한 번씩 말초혈에 있는 조혈모세포의 양을 증폭시키는 촉진제를 맞아요. 제 경우에는 코디네이터분이 스페이스원까지 오셔서 주사를 놔주셨습니다. 촉진제를 3일 동안 맞은 후에는 아무래도 조혈모세포가 더 생기니 허리에 뻐근한 통증이 있는데,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의 통증이 아닙니다. 헌혈하는 정도의 통증만 견딜 수 있으면 누구나 하실 수 있어요.
촉진제를 3일 동안 맞은 후 4~6일 차까지 입원합니다. 4일 차에 촉진제를 한 번 더 맞고, 피검사를 한 번 더 하고요. 5일 차에 기증을 시작하게 돼요. 5일 차에 아침을 먹고 기증하러 가면, 4시간 반 정도 조혈모세포를 채취합니다. 팔에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, 저는 팔에 정맥이 잘 안 보여서 제일 큰 혈관이 있는 쇄골 부근에서 피를 뽑았습니다.
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헌혈실에 누워서 채취했고, 수혜자분이 충분히 받으셨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 카테터(의료용 튜브)를 꽂고 대기했습니다. 만약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연락이 오면 다음 날에 재채취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.
저는 수혜자분께서 충분히 받으셨다는 연락이 와서, 오후 7시쯤에 카테터를 제거하고 6일 차 아침에 의사 선생님 진찰 후 퇴원했습니다.
일생에 한 번 할 수 있는 일
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나서 생명을 살렸다는 뿌듯함이 정말 컸어요. 사실 아주 큰 용기를 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, 작은 용기를 냈던 것뿐인데 이렇게 많이 칭찬해 주시고, 소식지 인터뷰까지 할 정도로 잘했다고 해 주시니까 베푼 선행의 크기에 비해 너무 큰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. (웃음)
이전까지 제가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. 그런데 이번 조혈모세포 기증을 통해 한 생명을 살렸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니까 이런 뿌듯함을 계속 느끼고 싶어졌어요. 앞으로도 더 많은 봉사활동이나 선행을 통해 마음 그릇에 양식을 채워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.
이 친구, 보기 드문 청년이네
조혈모세포를 기증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걱정하시기도 했지만, “너무 자랑스럽다, 잘하고 와라”라고 해 주셨어요. 팀원분들께 말씀드렸을 때는 제일 먼저 들었던 말이 “이 친구 보기 드문 청년이네”였습니다. (웃음) 잘하고 오라고 해 주시고, 3일간 입원하는 것에 대한 근태도 지원팀에서 장기기증 관련 법 조항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봐 주신 덕분에 공가 처리로 다녀올 수 있었고요. 기증 하고 돌아오니까 얼굴이 수척해졌다면서 고기도 사주시더라고요. 덕분에 더 빠르게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고, 지금은 기증 전과 동일한 몸 상태로 돌아왔어요!
작은 용기가 생명 하나를 살릴 수 있어요
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텐데,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작은 용기만 낸다면 생명 하나를 살릴 수 있거든요. 그래서 가능하시다면 시간 나실 때 근처 헌혈의 집에 가셔서 유전자 등록 정도만 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. 나중에 유전자가 일치하는 분이 나타나면 그때 결정해도 되니까요. 기증 희망 등록을 먼저 하시고 나서 고민하셔도 늦지 않습니다. 저희의 작은 용기가 생명 하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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